나에겐 무슨향기가 날까?

계흭을 못잡고 있다가 갑자기 둘이 벌초하고 왔다 본문

다이어리2021년

계흭을 못잡고 있다가 갑자기 둘이 벌초하고 왔다

국화향. 2021. 9. 12. 12:16

목욜날 출근한 남편이 느닷없이 내일 금요일에 벌초를 둘이 다녀오자했다.
지난해 고모님댁과 함께 부모님을 화장해서 그 자리에 남골묘를 만들어 뒀었는데
그후 바뻣던 남편은 한번도 못갔었는데 이따금 사촌이 다녀오면서 떼가 아주 잘 자라고 있다고 전해줘서 알고는 있었고
올핸 아즈버님 중환자실에 계시고 나도 덜 회복되고 바쁘고 하여 한번도 가지 못하다가
사촌으로부터 풀이 아주 많이나고 키가 넘는다고 가봐야 할것 같단 소리에 가려고 했었지만 맘이 급해져 갑자기 가게 되었다.

오전엔 딸애가 성모병원에 채린이 검진한것 결과를 보고 와야 하는날이라
난 두 애들을 보고 아빠는 딸을 데리고 병원을 다녀와선
둘이 식자재마트에 들려 과일과 술을 사고 간단한 장을 봐선 집에 갖다두고 미리 준비해둔 준비물과 난 등산화와 스틱을 챙겨 떠났다

ㅗ며고향이 아닌 강화 길상면 산 한자락을 고모님댁이랑 사서 선산으로 만드셨던 부모님 산소 가는길


산소 들어가는 입구엔 강화예비군 훈련장이 있다
저 담벼락을 끼고 한참을 올라가서야 산이 시작됀다.

근 삼년만에 와본 시부모님 산소 일단 휘~둘러보니 세상에도 세상에도 뭔 풀이 그리 장대같이 크던지 ㅜㅜ

우리 산소 주변엔 나무들이 빽빽해서 건너 산턱에 들어선 산소들은 보이지도 않았는데
2년전에 포부대에서 훈련중 잘못 폭탄을 투하해서 우리쪽 산소 부근이 다 타버렷었다.
보니~~~나무들을 죄다 벌목하여 군데군데 쌓아놨고..
어찌보면 훤`~해져서 좋은것 같기도 하고..보상금 받은것으로 산소 재 정비를 하고 납골묘로 만들어 더는 봉분이 허물어지고 떼가 자라지 않아 속상한 일은 더 없게 되었다.

바닥이 울퉁불퉁하고 가시나무들도 많아 조심조심 하며 이웃에 있는 고모님댁 산소로 올라갔다.
고모님댁엔 조카들이 서넛있어 사촌시동생이 이따금 와봐서 그런지 산소가 말끔했다.
찬찬히 들여다보며 돌아가신 고모님 고모부님을 회상해봤다.

아버님이 살아계셨을때 어린 우리애들을 데리고 올라오셨었다
아즈버님은 이 일급수 냇가에 오셔서 가재를 잡아 우리 막내를 주었던 추억이 있는 곳
늘 오면 저 곳에서 물을 떠다 산소에 물을 주기도 하고 비석과 상석을 닦기도 했고
참으로 정스런 추억이 있는 곳이라 산소만 오면 물이 있나~하고 둘러보는 곳인데
가기 이틀전에 비가 왔어서 그런지 졸졸 소리를 내며 물 흐르는 소리가 아주 흐뭇하게 났다.

세상에나 많은 풀들에 가려 부모님 비석이 보이질 않았다.

남편은 왜 산소자리부터 풀을 없애지 않고 주변부터 정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난 내가 할수 있는껏만 하는데 좀 굵은 풀 나무는 뽑을 수가 없어 좀 가는것은 죄다 뽑았는데 귀한 잔디가 같이 뽑힐까봐
잔디를 두 발로 꼭 누르고 잡아 뽑았는데 두세개쯤 뽑다가 아이구 허리야~하고 가서 그늘에 앉기를 얼마나 반복햇는지ㅜㅜ
점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나중엔 눕기까지 했고 좀 낳으면 다시 반복...반복..
남편은 일을 하기 시작하면 조금도 쉬지 않고 미친듯이 일만 하는데 그게 부모님 산소이다보니 정도가 더 하다.
그날은 남편이 내가 아이고 허리야 ~하면서 앉고 눞고 하는데도 그냥 두란 소릴 안했다.
늘 소처럼 같이 산소일을 했던 나인데... 참 ,,나도 이젠 맛이 완전히 간것 같다. ㅠㅠ





돌아가신지 들.. 삼십여년이 흐르고
큰댁이 자주 아프시다보니 이제 제사도 없어지고 연미사로 내가 바꾸어 놓았는데
간끔 돌아가신 날짜도 생신도 기억이 안날때가 많다.
그래서 찍어왔다.
물론 내 메모장엔 무엇이든 다 메모가 되어 있긴 하다만 ..
우리 아버님 억만씨 ^^
내가 시집올땐 동네분들이 부잣집으로 시집왔다 했는데~
뭐~우리가 차남이다 보니 시부모님 일찌기 재산정리를 우리는 집 한칸
그리고 나머지는 다 큰댁으로 해놓으셨건만 그리 일찍 돌아가실줄 모르셨던 것이지만.
그덕으로 우리 아즈버님 그 병치례..그 재산 야금야금 팔아 연명하신거구,
이따금...
그래두 우린 건강해서 직장다녀 벌어먹고 살수 있으니 감사한거라구 우리 스스로 위로 했었었지.
아즈버님은 그 재산 없었으면 어찌사셨을까~~~~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다 제 복만큼 산다고 생각한다.

대충 내가 할수 있을 만큼만 하고 신발 벗고 양말도 벗고 ~~차가운 물 한병 있음 바랄게 없겠다 ..


산소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참으로 보기좋다.
시야가 확 트여 답답한 가슴도 뻥 뚫릴 기세다.,
남편에게 말한다
어머니 아버님 산소 자리는 정말 명당이야~~~

참으로 감사한게 그 많은 나무들이 다 타버렸는데
우리산소 위로 나무 세 구루가 남아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차려놓고 보니 북어한마리를 빼트렸다.

물 한병이 모자랐는데 막걸리 한잔을 마시니 갈증이 확 달아났다
남편은 딱 한모금 하곤 더는 안마셨다
벌초 잘 하고 가다 재수없음 걸린다고~..

다녀와선 둘이 얼마나 물을 많이 마셨는지
좀 보태서 한동이는 마셧을것 같다.
전날 회사에서 일이 많았다던 남편은 많이 힘들어해서
내 맘이 참 안쓰럽고 애렸었다. ****

# 늘 하는 애기지만
올해 나도 이렇게 힘들어하고 ..
이렇게 둘이 다니다 ~다니다~~~너무 힘들어 못 다니게 돼면
그땐 우리손으로 정리를 해서 산소를 없애야 한다고..
그러고 오면서도 산소 잔디가 잘 자라고
깨끗하게 단장을해서 기분은 참 좋았다고 하며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