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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에 난조카

국화향. 2008. 8. 15. 14:17
로그인 회원가입 2611호 2008년 08월 17일자 (주간발행:1927년4월1일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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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목 모토] 62.김상인 신부(인천교구 답동본당 거주사제. 2008년 서품)
“아버지, 아버지께서 제 안에 계시고 제가 아버지 안에 있습니다.” (요한 17, 21)

이 성구를 정하게 된 정확한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중학교 2학년으로, 예수님과 첫사랑을 진하게 시작한 저는 교리 선생님의 권유로 성체조배를 자주 하였습니다. 그때 성당에서 만난 소아마비에 걸린 어느 형님께서 아주 진지하고 정성스럽게 제게 한 말씀을 전해주었습니다.

“이것 하나만 기억해줘! 예수님께서 네 안에 계시고, 네 안에 예수님께서 사신다는 사실을!”

처음엔 고개를 끄덕였지만 어린 나이여서 그 뜻이 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집으로 가는 길목에서 자꾸만 그 형님이 제게 말해주었던 그 말이 살아 숨쉬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가슴이 벅차올라 당시 복사단 묵상 노트 뒷면에 그 말을 적어 놓고 마음에 새기기 시작했습니다.

세월이 지나가고 신학교에 들어가 성경을 공부하던 중 그 형님의 말씀이 바로 예수님께서 필립보 사도에게 말씀해 준 부분(요한 14, 10)이었고, 예수님께서 믿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시며 유언과 같은 말씀을 하시는 부분(요한 17, 21)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신학교 생활 중 몇 가지 큰일들이 제게 일어났습니다. 바로 군대에서 겪은 어머니의 죽음에 이어 신학교 복학 후 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한 것이었습니다. 부모를 여읜 저의 모습, 한없는 혼란과 갈등 속에서 다시금 위의 성구는 제게 그리스도의 빛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래! 예수님께서 내 안에 사시고, 부족한 내가 예수님과 함께 그 분 안에서 살고 있지!” 그것을 아는 순간 하염없는 눈물이 쏟아져 나왔고, 주님의 큰 위로 속에서 사제품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사제로서 한 달이 채 못되는 시간을 살고 있습니다. 비록 부족한 제 안에 주님을 모시고 살려고 노력하지만, 그곳에서 나오는 힘으로 다른 형제들과 그리스도의 현존재의 체험과 기쁨, 일치를 나누는 그런 사목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