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무슨향기가 날까?
주님만찬 성 목요일 본문
4월18일 [주님 만찬 성목요일]
“주님, 주님께서 제 발을 씻으시렵니까?”
<성 목요일에 체험하는 은혜 한 가지>
또 다시 성목요일입니다.
오늘은 저희 사제들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날입니다.
‘사제들의 생일’과도 비슷합니다.
오전에는 교구 내 모든 사제들이 주교님을 중심으로 주교좌성당에 모입니다.
성유축성미사를 봉헌하지요.
미사 중에 사제들은 서품식 때 발했던 독신서약과 순명서약을 다시 한 번 갱신합니다.
주님의 사제로 새롭게 태어났던 그 은혜로운 기억을 되살립니다.
더불어 지난 한 해 동안 자신이 수행했던 사제직분을 돌아봅니다.
부족함을 주님께 용서청하며 다시금 자신을 추스릅니다.
그리고 주교님들께서는 사제들의 생일을 맞아 한 턱 내십니다.
해가 떨어지고 나면 치러야할 또 다른 큰 행사가 남아있습니다.
주님 만찬 저녁 미사입니다.
사제들은 미사 가운데 세족례를 거행합니다.
예수님께서 사도들의 발을 씻어주셨음을 기억하며 사제들 역시 신자들의 발을 씻어줍니다.
세족례를 거행할 때 마다 제 개인적으로 생생하게 체험하는 은혜 한 가지가 있습니다.
신자들의 발에 물을 부을 때 마다 저는 이천년 전 한없이 겸손했던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져보는 느낌을 갖습니다.
신자들의 발을 수건으로 닦아줄 때 마다 부족한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안타까운 마음이 고스란히 제게 전해져오곤 합니다.
또 다시 성목요일을 기다리며 사제직의 본질을 생각합니다.
사제직은 결국 봉사직이라는 것을 기억하겠습니다.
사제직은 올라가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려가는 데 의의가 있음을 상기하겠습니다.
은총의 성목요일, 다시 한 번 봉사하는 사목자, 내려가는 사목자, 겸손한 사목자로 되돌아갈 것을 다짐해봅니다.
모든 사목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참 사목자 한분이 계십니다.
안타깝게도 그분은 몇 년 전, 51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마지막 떠나는 순간까지 철저한 나눔과 봉사를 잊지 않으셨습니다.
자신의 각막과 신장, 간장, 심 판막과 연골 등 나눌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웃과 나누면서 떠나가셨습니다.
가난한 시골마을 사람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삶 자체로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를 잘 보여주고 떠나가신 사목자 한분의 삶과 죽음은 성목요일을 지내는 우리에게 각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다음은 그분께서 남기신 유언입니다.
오늘 하루 제 삶의 이정표로 삼고 싶습니다.
“나는 오늘까지 주변인으로 살게 된 것을 감사하고 모아놓은 재산 하나 없는 것을 감사하고 사목을 하면서 호의호식하지 않으면서도 모자라지 않게 살 수 있었음을 감사하며 이 땅에서 다른 무슨 배경 하나 없이 살 수 있었음을 감사하고 앞으로도 더 얻을 것도 없고 더 누릴 것도 없다는 것에 또한 감사하노라.
사람들의 탐욕은 하늘 높은 줄 모르며 치솟고 사람들의 욕망은 멈출 줄 모르고 내달리며 세상의 마음은 흉흉하기 그지없는 때에 아무런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음에 참으로 감사하노라.”
- 전생수, ‘더 얻을 것도 더 누릴 것도 없는 삶’, kmc 참조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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