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무슨향기가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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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가는 길목

조 두레박 신부님이 올려놓은글ᆢ힘들땐 차라리 부둥켜 안고 우는것이 좋습니다

국화향. 2019. 1. 27. 16:05

힘들땐 차라리 부둥켜 안고

우는 것이 좋습니다.

 

2018.12.01

책 굽는 남자, 북티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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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암에 걸렸는데 왜

누구는 살고,누구는 죽을까요?

“수술은 완벽했다” “항암제로 몸 안이 깨끗해졌다” 이렇게 말하는데도 재발이 되는 이유는 암이 ‘국소 질환’이 아니라 ‘전신 질환’이기 때문이다. 암을 육체의 국소 질환으로 보고 단칼에 제압하는 것으로 완벽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자체가 이미 잘못된 접근법일 수 있다. 관점이 잘못되면 수술은 잘되었더라도 그 치료는 정답이 될 수 없다.

‘무엇이 환자를 살렸을까?’ 인체의 방어막. 의사로서 수술대에 서면 설수록 우리 몸에는 보이지 않는 방어막이 있다는 것을 깨달아갔다. 2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람이 몇 년을 살고, 몇 년을 산다는 사람이 몇 달도 채 못 사는 이유! 그것은 인체의 방어막을 제대로 유지하느냐 못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환자로 진단받는 순간, 평소에 그다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던 사람들도 한순간에 환자가 되어버린다. 내 몸에는 아직 97~99%의 건강한 세포가 있는데 1~3%의 암세포에 압도되어 역전당하는 것이다. “겨우 1% 혹은 2, 3%의 암세포가 있을 뿐입니다.” 그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그러고는 “중요한 건, 암세포를 가졌더라도 얼마든지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겁니다. 97~99%의 건강한 세포가 뒤에서 받쳐주기 때문이죠”라고 덧붙인다.

2장 몸만 고쳐서는 안 됩니다

어떤 이유로 진료실의 문을 두드렸든 나는 치료를 할 때 환자 분의 몸은 물론, 생활습관·식이영양 ·가족과의 관계·운동·마음·영혼 등 총체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는 내가 추구하는 보완통합의학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중략) 보완통합의학은 면역치료를 필두로 마음치료·가족치료·눈물치료·웃음치료·예술치료·식이치료·운동치료 등 토털 케어를 시도한다. 특히 ‘말 못 할 고통’이라고 알려진 암치료의 경우라면, 면역력을 키우고 마음의 안정을 취하며 영적인 치료를 하는 보완통합의학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다.

환자는 무섭다며 더 이상 항암제를 못하겠다고 선언했다. 보호자도 이에 동의했다. 그러나 치료 포기가 아니라 이제부터 진짜 치료였다. 그때부터는 병원이 아닌 집에서 면역치료만을 했다. 손 떨림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일상은 훨씬 편해졌고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을 덜 느끼게 되었다.

“이번에는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체력이 안 될 것 같군요. 체력이 되시면 그때 하시지요.”

“데이터상으로는 괜찮다고 했어요.”

(중략) 데이터가 늘 진실을 가리키지만은 않는다. 데이터상의 백혈구 수치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 다른 수치도 마찬가지다. 실제와는 언제나 갭이 존재한다. 거듭된 항암치료를 받았다면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는 백혈구들로 수치만 채워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수치만 계산하지 백혈구의 질에 대해서는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이다.

3장 마음이 무너지면 몸 전체가 무너집니다

효자 아들과 함께 투병을 해온 어머니는 그 후 자살을 했다. ‘이만큼 살았으면 됐지. 살면 몇 년이나 더 산다고. 그동안 아들 고생만 시켰지. 암은 낫는다는 보장도 없고 재발도 잘된다는데….’ 환자는 이렇게 생각했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아들의 마음과 암에 대해 전혀 몰랐다. 암이란 한 달 산다고 하더라도 10년을 살 수도 있고, 방사선치료나 항암제가 고통스럽다고 하지만 좋은 치료법을 찾을 수도 있다. 여러 가능성이 있는데 어머니는 사람들의 말만 듣고 절망한 것은 아니었을까. 몸의 암은 극복해갔지만 마음의 암은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허망한 죽음에 기도를 드리며 아들과 나 모두 울었다.

암 환자들이 하는 가장 나쁜 행위는 무엇일까? 바로 암을 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상처를 자꾸 떠올려서 좋을 게 뭐가 있겠는가. 마음만 힘들 뿐이다. 그러나 강아지가 제 상처를 핥아 덧나게 하듯 환자들도 자꾸 아픈 곳을 핥는다. 그러면 더 고통스럽고 더 무기력해진다. 특히 치료를 받고 있을 때는 시간마다 컨디션이 롤러코스터를 타듯 오르락 내리락한다. 토할 때는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이 고통스러워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속이 조금 진정되면 다시 살아서 좋다고 느낀다. 취미는 이럴 때 집중을 함으로써 통증을 잊게 해준다.

4장 세상에서 가장 부작용이 없는 약, 가족치료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힘들게 암 투병을 하는 사람은 4기 암 환자가 아니다. 1기라도 혼자서 치료받는 사람들이다. 특히나 유방암과 자궁암, 난소암 같은 여성암을 가진 환자들 중에는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한 외로운 환자 분들이 있다. 몸에서 암 환자 특유의 냄새가 날까, 분비물은 나오지 않을까 해서 남편 곁에 가지도 못한다.

대화를 잘 하기 위해서는 보호자는 간접화법, 환자는 직접화법을 쓰는 게 좋다. 보호자는 “입에 쓰겠지만 먹었으면 좋겠네”라고 에둘러 말하고, 반면 환자는 “인삼이 먹고 싶구나”라고 딱 부러지게 말하는 게 좋다. “요새는 인삼이 비싸냐?” 하며 환자가 간접화법으로 말하면, 보호자는 “네, 어머니. 좀 비싸요”라고 답할 수 있다. 환자는 괜히 안 사준다고 혼자서 속상해하지 말고 직접화법으로 말하도록 한다.

5장 당신이 한 입이라도 더 먹으면 좋겠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뷔페에 가십시오.”

나는 입원 환자가 아닌 이들에게는 외식을 권한다. 늘 같은 식사만 하면 물리는 데다 보호자도 하루쯤 쉬어야 힘을 얻는다. 특히 항암제치료를 받고 있다면 입맛은 100리 밖으로 달아나 있다. 뷔페에 가라는 이유는 다양한 음식 중에서 한두 가지는 입맛에 맞는 음식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 음식 먹고 싶은데…’라는 욕구가 우선은 생겨야 한다.

항암주사를 맞고 있다면 고단백·고열량 음식을 조금씩 자주 먹는다. 항암제치료를 받다 보면 토하기 쉽기 때문에 유동식으로 먹는 것이 좋다. 붕어곰이나 잉어곰 등 소화되기 쉽게 푹 끓인 음식이 좋고, 한 번에 많이 못 먹기 때문에 세 끼 혹은 여섯 끼(아침 두 끼, 점심 두 끼, 저녁 두 끼)로 나눠서 먹는다. 식간에는 아몬드·잣·호두 등의 견과류나 대추 혹은 과일을 먹는다.

6장 진짜 치료는 포기하지 않는 힘입니다

환자들 중에도 마지막이라는 선고를 받았지만, 몇 달씩, 몇 년씩, 심지어 10년의 여생을 더 누린 분들이 많다. 몇 달이란 시간은 긴 일생에서 짧은 순간일 수 있다. 그러나 지상에서 후회 없이 사랑할 수 있는 하루가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무작정 환자를 병원으로, 마지막 간이역으로 보내어 그 죽음마저 초라하게 보내게 하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둘이 손을 잡고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힘들 땐 차라리 그렇게 부둥켜안고 우는 게 좋습니다.”

젊은 부부는 마지막 순간까지 흔들림이 없었다. 투병을 할 때는 누구보다 강력하게 서로를 지지하면서 함께 했고, 죽음이 다가왔을 때는 지금까지 함께했음을 감사하며 진심으로 서로를 축복하며 기도했다.

이병욱이 쓴,

<나는 삶을 고치는 암 의사입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