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무슨향기가 날까?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 본문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
(사도6,8-15 요한6,22-29)
어제는 익산에서 제일 크다는 5일장 시골장을 구경하였습니다. 교편생활 시절 마음이 착잡할 때 마다 시장을 찾아 활력을 회복하던 기억이 새롭게 떠올랐습니다. 퇴근할 때 마다 시장을 통과해 집에 오던 때도 많았습니다. 사치스런 생각은 말끔히 걷히고 삶은 추상이 아니라 구체적 실재임을 온 몸으로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어제도 시장에서 참으로 살아있는 사람들을 많이도 만났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꾸밈없는 모습들이었습니다. 온통 시장은 먹을 것 천지였습니다. 먹을 것을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듯 했습니다. 새삼 사는 일은 먹는 일임을 깨닫습니다. 단식피정을 하면서도 먹는 일이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살겠는지, 참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을 것이란 생각도 했습니다. 사는 것은 결국 일하는 것과 먹는 것으로 요약되는 것 같았습니다.
단식피정 중 깨달은 사실은 식이 약이요 기도라는 사실입니다. 또 대체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잘' 먹는다는 것입니다. '적게' '못' 먹어서 병이 나는 게 아니라 '많이' '잘 '먹어서 병이 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너무 많은 음식이 낭비됨을 깨닫습니다. 배는 '가볍게' 때로 '쉬게' 해 줌이 필요함을 깨닫습니다. 이런 현실을 바탕으로 하여 오늘 말씀을 묵상합니다. 주님은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 그 양식을 사람의 아들이 너희에게 줄 것이다.“
썩어 없어질 양식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썩어 없어질 양식 또한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선물이니 오히려 이를 통해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려야 할 것입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으로 산다'라는 대목에서 이미 빵이 전제되듯 썩어없어질 양식도 이미 전제되고 있습니다. 다만 썩어 없어질 양식에 절대를 두지 말라는 것이요 우선적으로 추구해야할 바 하느님이요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이라는 것입니다. 이래야 사람은 하느님 모상대로 창조된 존엄한 품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에 초점을 둘 때 저절로 식욕의 절제요 썩어 없어질 양식에 마음을 빼앗기거나 휘둘리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하느님 주신 자연에서 하느님 주시는 곡식과 채소와 과일의 선물들인데 이를 주신 하느님을 잊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어리석은 일인지요! 여기 농촌에서 일하는 분들의 모습이 죄하나 없는 수도승이 모습이지만 결정적으로 하나 빠진 것이 있다면 '하느님'과 '기도'입니다. 하느님과 기도만 있으면 그대로 '기도하고 일하라'모토에 맞는 익명의 수도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사는 것이 '하느님'이, '기도하는 것'이 빠진, '일하는 것', '먹는 것' 뿐이라면 인생은 얼마나 허망하겠는지요. 사실 하느님과 기도가 빠지면 진정한 자유도 안식도 잃습니다. 일하는 것, 먹는 것, 기도하는 것이 삼위일체 하나가 될 때 비로소 존엄한 품위의 온전한 인간입니다. 아드님이 우리에게 주시겠다는 영원한 양식은 바로 성체성사의 기도를 통해 모시는 말씀과 성체를, 또 기도와 믿음에서 오는 내적 확신과 깨달음을 의미합니다. 말씀과 기도를 통해 아드님께서 주시는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을 때 비로소 세상 썩어 없어질 양식에 마음 뺏기지 않고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일은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너희가 믿는 것이다.“
그 무슨 세상의 일보다 하느님의 일에,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믿는 일에, 우선을 둘 때 썩어 없어질 양식에 마음 뺏기는 일도 없을 것이며 비로소 참 자유와 안식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사도행전의 스테파노가 이의 모범입니다.
'그 무렵 은총과 성령이 충만한 스테파노는 백성 가운데에서 큰 이적과 표징들을 일으켰다. 그 누구도 그의 말에서 드러나는 지혜와 성령에 대항 할 수가 없었다.‘
우선적으로 하느님의 일에,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는 일에 힘쓴 스테파노 였기에 주님께 이런 은사를 받았음이 분명합니다. 천사의 얼굴처럼 빛나는 스테파노의 모습은 그대로 영원한 생명의 빛을 반사하는 모습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영원한 생명을 선사하시어 우리 모두 썩어 없어질 양식에 마음 뺏기지 않고 참 자유와 안식을 누리며 살게 하십니다.
"행복하여라, 주님의 가르침을 따라 사는 이들!"(시편119,1). 아멘.
- 이수철(프란치스코)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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